목소리가 별로인 줄 알았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마이크를 사용할 일은 노래방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에코가 끼어있거나 노래방 멜로디에 섞여 있는 목소리다. 어쩌다가 비디오에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거나,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유로 내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하고 답답하고 뭔가 얼른 넘겨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내 목소리에 대해 별 자신이 없었다.
목소리 녹음이 처음은 아니었다.
속해있던 회사에서 라디오 출연을 간혹가다가 한 번 정도 할 일이 있어서 녹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도 녹음에 참여할 정도이지 편집된 방송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만큼 목소리 듣는 것이 좋지 않았다.
퇴사동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마음을 갖고 회사를 나온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팟캐스트다. 그러다 보니 녹음할 때는 편하게 재밌게 했지만, 여전히 편집본 전체를 듣기는 쉽지 않았다. 어색하니까.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생각해보지 못한 반응이었다. 목소리가 좋다고 한다. 사실 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또 또박또박 말하기 위해 노력은 했다.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 보니 단순하게 읽는 거라도, 말하는 것이라도 깔끔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좋게 들리는 발음 덕에(?), 또박또박 읽는 노력 덕에 ‘좋은 목소리’로 들려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계속 목소리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아직도 내 목소리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대신에 내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이제 좀 덜 어색해졌다. 퇴사동기도 가끔이지만 (멤버들이 들으면 또 뭐라고 하겠지만) 전체를 그대로 모니터링하기도 한다. 목소리 듣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아 이렇게 발음해야 했는데’, ‘이거는 이렇게 읽어야 했는데’라며 정말 내 목소리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내 모습에 놀란다. 재밌는 변화다.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팟캐스트 아이디어는 꽤 오래전에 생각했다. 완성도를 떠나서 편하게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팟캐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제는 풍부했다. 아이엠피터가 쓰는 글은 매일 발행되고 있고 일주일만 놓고 봐도 5개가 나온다. 그중에 2-3개만 골라서 이야기해도 1시간 정도야 부족할 수 있다고 봤다.
혼자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대화체가 편할 거라고 판단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진행을 위해서는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이 맞을 거다. 하지만 피터가 편하기 위해서는 ‘편한 상대’가 필요했다.
여기서 뜬금없이 떠오른 생각이 바로 ‘내 목소리’였다. 진행이 깔끔하진 않을 수 있고 재미가 없을 순 있겠지만 목소리는 듣는 사람이 불편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피터와 밥 먹으면서,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봤다.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는 특별한 진행자보다 내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렇게 내 목소리를 내보자고 시작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