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1987년 10월 29일에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10호의 제3조에 있는 문장이다. 우리나라의 영토는 여전히 한반도 전체와 한반도에 속한 부속도서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선거를 치른 적이 없다. 모두 한반도 남쪽을 상대로 한 선거다.
입법부인 국회에서 4년 임기로 활동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역시 한반도 전체가 아닌 휴전선 남쪽 지역만을 대상으로 치렀다. 남쪽 전체를 253개 지역으로 나누어 모두 253명의 지역 대표자를 뽑는 형태다. 253명을 뽑기 위해 모두 944명이 후보로 나섰다. 3.7:1의 경쟁률이다.
재밌는 점은 전체 지역구가 253개이고, 253명을 뽑는 것인데도 253개 지역구 모두에 후보를 낸 정당은 없다. 가장 많이 후보를 낸 새누리당도 248명에 그쳤고, 더불어민주당은 235명, 국민의당 173명 순이다. 후보를 낸 기준이 ‘당선 가능권’은 아니겠지만 숫자로만 보면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우리나라 각 지역은 253명의 국회의원 숫자보다는 분명 더 많다. 하지만 인구 비례의 원칙에 따라 어느 지역은 갑을병정 등으로 쪼개고, 반면 어느 지역은 다른 지역과 묶여서 하나의 지역구가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 표는 어쩌면 다른 지역의 한 표보다 그 가치가 못할 경우도 있다.
선거 시즌이 되면 때때로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지역을 대표하겠다고 인사다니는 경우를 마주한다. 4년에 한 번 보는 거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표시된 헌법 제7조 1항을 따져보면 한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어쨌거나 4년에 한번이라도 표를 얻기 위해 지역에 인사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무기는 ‘예산’이다. 지역 살림의 일꾼, 지역 민심의 대변자보다는 지역에 예산을 많이 가져다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된다. 정작 그 사람들이 가져오는 예산이 내 주머니를 채워주고 내가 밥 먹고 사는데에 도움이 되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예산’이라는 이름의 숫자가 오르내리면 그 후보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그러니, 얼굴이 필요없겠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의 제1조에 담긴 말이다. 우리나라는 누군가가 지배하는 나라가 아닌 국민으로부터 그 권력을 받는 나라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처럼 국회의원 선거 역시 그 권력을 지역을 대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선거를 통했다고 해서 국민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 제24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갖는다’고 돼 있다. 국민의 선거권을 담은 헌법 조항은 입법권을 국회에 속하게 하는 조항보다 앞서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즉 국민의 선거권이 국회의원의 입법권보다 앞서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마찬가지로 국민이 가져야 할 의무보다 선거권이 앞선 조항에 담겨있다. 당연히 의무보다 권리가 우선한다는 의미다.
국민의 선거권이 국회의원의 입법권보다 우선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거 때만 되면 많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나선다. 말 그대로 ‘선거 때만 되면’ 그런 것 같다. 쳐다보지도 않던 지나가는 시민들을 상대로 악수를 건네고 명함을 나눠주며 자신의 이름을 전한다. 때로는 지금 악수하는 시민이 자기 지역의 유권자인지도 확실치 않을 때가 있어보인다. 일단 웃고, 악수하고, 명함 주고, 이름 알리고, 번호를 말하는 게 앞선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민주공화국 임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온전히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자신들에게 권력을 빌려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다가서는 정치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간이다.
때로는 이 꽃을 짓밟고 뭉게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들만의 꽃을 심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부정선거다. 부정선거로 탄생한 권력은 국민의 권력을 빼앗은 것이고 함부로 휘두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민의 권력이 정치인의 권력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면 분명 부정한 권력은 무너질 것이다.
시민들의 선거를 통해 하나의 지역이 구성되고, 그렇게 구성된 지역은 결국 하나의 국가를 완성한다. 국민의 선거를 통한 권력의 완성은 그만큼 온전히 국민의 힘을 얻고 지역과 정부의 체계를 만들며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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