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첫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곧 우리 내부의 갈등이 생겼다. 3-40대로 구성된 네 명의 남자가 함께, 그것도 43일을 보내야 한다면 분명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을거다. 당연한거라고 생각한다. 이만큼의 갈등도 없이 무난하게 지나간다면 그것 역시 문제일거다. 고민없는 결과로 비쳐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첫번째 갈등은 굉장히 사소하면서도 한편으론 중요할 수 있는 문제를 두고 일어났다. 매일 하나 이상의 취재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그것들을 어떤 계정으로 어떻게 공개할거냐를 두고 ‘별 것 아닐거라 생각한’ 문제가 크게 커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별 것 아닌’ 문제가 아니라 가장 큰 문제가 됐다.

취재물은 유튜브 ‘The아이엠피터’ 계정으로 업로드가 되고, 페이스북에서도 프로그램 페이지인 ‘the아이엠피터’를 통해 공개됐다. 첫 공개 이후 길바닥은 자기 계정에서도 별도로 업로드할 수 있기를 원했다. 국민TV쪽에서도 역시 회사 계정과 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의견이 나왔다.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시기에 밤 늦은 시간 ‘회의’가 있었다. 나는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꽤 심각하고 깊은 ‘토론’ 같은 분위기로 진행되긴 했다.

영상물에 워터마크로고가 ‘국민TV’, ‘아이엠피터’, ‘길바닥저널리스트’ 세 종류를 다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영상물의 주체가 누군지 보여주는 가장 큰 상징이 바로 워터마크니 이 역시 논쟁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세 개를 다 넣는다는 생각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짜고 있었던 나로서도 중요한 문제이긴 했다.

결과적으로는 프로그램 로고인 ‘the아이엠피터’로고만 사용됐다. 영상 공개 계정 역시 ‘the아이엠피터’로 일원화됐다. 필요할 경우 길바닥 계정에서 따로 업로드할 수 있다는 것도 못박았다. 국민TV의 경우는 주간단위 방송에서 로고가 삽입이 되고, 페이스북 페이지는 국민TV 프로그램 페이지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물론 이 부분이 이후에 문제가 되긴 한다) 전반적으로 제작비의 대부분을 직접 지원하는 피터의 의견을 상당부분 인정한 셈이다.

팀의 막내였고, 자발적이라기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프로젝트에 합류한 나로서는 의견을 내기가 여러모로 쉽지는 않았다. 그저 내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 갈등 과정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어쩌면 처음 시작하는 과정에서 준비가 많이 부족했고, 서로 의사소통이 지나치게 없지 않았나 싶다.

일단 시작하고 차차 보완해나가는 것도 물론 좋다. 늘 이런 과정에서 항상 나오는 얘기가 ‘우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니 이번에 많이 배워서 이후에 더 잘하면 된다’는 표현이었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성급하지 않았다면, ‘43일의 전국일주’라는 거창한 의미에 매몰되지 않았다면 분명 시작부터 ‘별 것 아닐수도 있는’ 갈등으로 인해 일보다 관계에서의 불편함이 생기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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