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국민’인가

–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에서는 ‘인민’이다. 가령 3조를 보면 “대한민국의 인민은 귀천과 부귀의 계급이 무(無)하고 일절 평등임”이다.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도 초안에서 인민으로 적었고 이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윤치영을 비롯한 의원들이 “인민이란 말은 지긋지긋하다”며 감정적으로 반대했다. 윤치영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황국신민화 운동을 전개했다가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 조봉암은 “최근에 공산당 측에서 인민이란 문구를 잘 쓴다고 해서 일부러 인민이란 정당히 써야 될 문구를 기피하는 것은 대단히 섭섭한 일”이라고 했다.

– 뿌리 깊은 국적주의가 헌법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개인으로서 보편적 권리를 말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틀 안에서 생각한다. 그런데 헌법에 국민이란 표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모든 인간을 국민이라는 단일 범주에 묶고 있다. 이제 국민, 시민, 주민 등의 다양한 권리를 인정해 병치도 시키고, 분리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는 개념이 시민권이다. 현재 헌재는 국민이 주어인 헌법 조항들 가운데 외국인을 포함한다고 해석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하나씩 결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권이 ‘인간의 권리(외국인 포함)’와 ‘국민의 권리(외국인 제외)’로 나뉜다는 학설에 바탕한 것이다. 대체로 인간의 권리에는 최소한의 인권, 국민의 권리에는 사회적인 복지까지 포함된다. 시민권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가 쉽게 나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민족을 강조하는 헌법 조항이 있는 이상 헌법의 주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어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 조항에 장애 등 기존 소수자 외에 인종, 민족, 국적 등을 포함시키고, 단일 민족성을 강조하는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표적으로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헌법전문),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69조) 등이다. 황 변호사는 “국가 운영은 다양한 갈등 요소를 발견하고 해소하는 것인데 우리 공동체 구성원으로 이미 외국인이 존재한다”면서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일종의 난민정부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난민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고 했다.

– 국민도, 국민국가도 영원불멸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국민국가의 개념이 갈수록 약해진다. 당장 요새는 국민총생산(GNP) 대신 국내총생산(GDP)을 많이 쓴다. 국민국가는 200~300년 전에 발명되어서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언젠가 거주자국가, 납세자국가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국가라는 진입장벽이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과거 제도들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사 / [헌법 11.0 다시 쓰는 시민계약] (1)우리는 모두 국민인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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