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014년 연말과 2015년 연초를 뜨겁게 달군 것은 바로 ‘무한도전-토토가’ 일 것이다. 토토가는 지난가을 400회 특집에서 이어져 온 무한도전 특별기획전에서 시작됐다. 박명수와 정준하가 기획한 아이템이었는데 당시 아이템 선정에서는 ‘쇼미더빚까’, ‘극한알바’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90년대 스타들을 섭외하는 과정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점점 기대감을 높였다. 제주도에서 콩을 수확하면서 등장한 핑클의 이효리부터, 18년 만에 재결합한 터보의 김종국-김정남,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흘리기 바빴던 슈까지. 아이디어 표절이냐 아니냐 소리를 듣기까지 했던 ‘3순위 아이템’은 어느새 무한도전 연말특집 아이템으로 성장했다. 

게다가, 2회에 걸친 본방이 끝났는데도 여운이 끊이지 않았고 음원차트 상위권에는 ‘예전 앨범차트’에서만 볼 수 있었던 노래들이 줄서기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EXID의 ‘위아래’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활동이 줄어든 이후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스타들은 녹화 이후-방송 이후 다시 연락하며 지내는 모습도 SNS를 통해 전해져오고 있다. (그 와중에 션이 같이 출연했던 스타들을 데리고 연탄나르기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킁.

그리고 최근 뉴스에서는 ‘무한도전-토토가’의 다큐멘터리 버전을 설 연휴에 특별편성해서 공개하겠다는 김태호PD의 이야기에 또 한 번 타임라인이 들썩였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도 뒤에 차분히 해보려 한다.

1.

이번 ‘무한도전-토토가’는 정말 많은 것을 남겼다. 단순히 90년대 스타들을 위한 무대를 마련해준 것, 그리고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한 것 외에도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정확하게 90년대냐 2000년대 초반이냐를 나누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출연한 가수들은 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가요계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수들이 2014년에, 그것도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가졌다는 점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들 90년대 스타들은 10대 청소년을 주 타겟으로 하는 아이돌 가수 위주의 지금 가요계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방송에도 나왔던 것처럼 지누션의 션은 ‘사회봉사자’, 터보의 김종국은 ‘몸 좋은 예능인’이라는 식으로 알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본업을 자신 있게 활동하지 못하지 않나.

그리고 소찬휘는 ’She’s gone’을 부른 스콜피온스 정도의 뭔가 누가 부른지는 모르겠으나 노래방에서만 지를 때 부르는 그런 노래의 가수 정도가 되지 않았나. ‘롱다리 가수’ 김현정은 잊혀진지 오래고, ‘오빠 내 꿈 꿔’로 전국의 남자친구들이 밤마다 여자친구 꿈을 강제로 꾸게 하였던 이정현은 유능한 배우 정도로 알려진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운동도 하고, 연습도 하고, 의상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었을까. 이들을 무대로 올려 ‘전성기’ 시절의 설렘과 긴장감을 느끼게 한 것,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노래’와 ‘무대’를 만들어 준 것,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정말 즐겁게 노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무도-토토가가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다. 그 자체로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2.

 

무도-토토가는 ‘가요’는 알아도 ‘K-pop’은 잘 모르는 세대에게 하나의 선물을 남겨줬다.

노래 하나 겨우 알아먹겠다 싶으면 금세 사라지고 다른 노래가 티비에 흘러나온다. 지상파 3사의 가요프로그램 (뮤직뱅크/음악중심/인기가요)은 더는 이 세대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프로그램이 됐다. 보면 뭐하나. 누가 누군지 모르는데. 심지어 MC도 모르게 만들어 놓은 요새 가요프로그램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서 틀거나 흥얼거리거나 혹은 우연히 그런 노래가 흘러나와 따라 부르면 ‘옛날 사람’ 취급받는 시대다. (우스갯소리로 ‘민요’냐고 가끔 물어볼 때도 있었다) 하다못해 불과 몇 달 전에 나온 노래를 따라 부르고 좋아해도 ‘유행에 늦는’ 사람으로 보인다. 당장 음원차트 TOP10 정도는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무도-토토가 덕에 달라졌다. ‘잘못된 만남’과 ‘포이즌’을 흥얼거리며 따라불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노래방에서 부르다가도 조금이라도 어린 친구들이 있으면 쉽게 선곡하지 못했던 그 곡들을 이제 노래방에서 시리즈로 불러도 된다. 자신 있게 춤도 추면서 말이다. 

밥 시간에 TV본다고 자녀들에게 뭐라 하던 부모님들은 앞장서서 TV 앞으로 달려갔다. 식사하시던 젓가락 그대로 들고 말이다. TV 가까이 보면 뭐라 하던 그들이 TV에 코를 붙이고 본다. 그들도 그 시절 그렇게 TV를 봤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시선은 TV를 향하며 밥을 먹었고, TV를 하도 가까이서 봐서 다들 안경을 쓰곤 했었다. 

그리고 얼마만의 본방사수였을까. 무한도전은 최근 10퍼센트 대 중반을 달리던 시청률이 12월 27일 토토가 무대 첫방송에서 20%를 돌파했고, 1월 3일 두 번째 방송에서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여줬다. 다운로드 순위 1위, 다시보기 순위 1위를 할 정도로 본방은 볼 땐 보지만 보지 않아도 됐던 무도가 본방이 끝난 직후에 해당시간 다시보기 최고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자기 가수 나오는 부분만 보고, 그 부분만 다운 받는 요즘과 많이 다른 그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1+2

이렇게 무도-토토가는 출연하는 가수들에게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선물을 남겨줬다. 방송이 끝나자 인터넷상에는 ‘시즌2’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가수들끼리 모아서 ‘토토가’ 콘서트를 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토토가’ 브랜드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말로 그 시절 그 가수들이 모여 콘서트를 하면 좋을 수도 있겠다. 물론 ‘과소비’ 되면 안 되겠지만, 준비만 잘한다면 그 시절 ‘내일은 늦으리’와 같은 그 시절 그 무대가 열리길 조심히 기대해본다. 

3.

 

무도-토토가는 또 다른 의미를 많이 담아 전했다.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담겨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역시 무한도전은 ‘숨은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몇 해간 무한도전의 연말특집으로 인해 논란이 많았다. 연말특집뿐 아니라 홀수해에만 열리는 무도가요제에 대한 논란도 비슷하다고 본다. 바로 ‘음원’ 문제다. 

무도가요제는 2년에 한 번 개최를 하면서 5~7곡의 신곡을 만들어내왔다. 준비과정부터 연일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재미를 만들어내왔고 멤버들의 ‘음악성’과 ‘퍼포먼스능력’ 등을 보여줬다. 그리고 당연히 좋은 음악이 만들어졌고, 본 무대에서의 여운과 함께 음원이 공개되면 차트를 휩쓸었다. 

또, 연말특집을 통해 새로운 곡들이 공개되곤 했다. ‘나도가수다’가 있었고, ‘박명수의 어떤가요’가 있었다. 특히 ‘박명수의 어떤가요’가 공개된 이후 차트를 싹쓸이하자 ‘연예제작자협회’에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 내용을 자세하게 적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방송사의 프로그램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국내 음원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내수시장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시기적으로 ‘어떤가요’ 이후 나온 이야기지만, 무도가요제부터 이어온 무한도전의 음원파워에 대한 반기라고 생각한다. 음반시장 붕괴 이후 가요제작자들의 주 수입원이자 홍보수단인 ‘음원차트’에서 무도의 음원으로 인해 자신들이 제작한 가수들의 음원이 밀리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표시했다고 본다. 건드리지 말라는 식이랄까.

이런 상황에서 무도-토토가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판을 만들었다. 토토가 10팀의 곡 역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그러나 그 곡은 새로운 곡이 아니라 원곡들이다. 이번 무대를 위해 준비한 음원이 아니었고, 무대에서의 라이브 곡을 음원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길게는 20년 전, 짧게는 10여 년 전에 CD와 TAPE으로 우리나라 음반시장을 휩쓸었던 곡들이다. 방송에서도 ‘원곡’을 들을 수 있다고 홍보를 했고 원곡들만 차트에 올랐다. 

그 시절 가수들이 내는 음반은 지금처럼 1곡만 있는 ‘디지털앨범’, ‘디지털싱글’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잘못된 만남’을 듣기 위해 검색을 하다 보면 김건모의 3집을 찾게 되고, 자연스레 3집의 곡은 물론 김건모의 다른 곡들을 찾게 되고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김건모의 옛 곡들이 실시간 차트에 오르게 된다. 방송엔 나오지 않았던 다른 노래들이 차트에 같이 올라와 있는 이유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음원 시스템’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슈퍼스타K와 케이팝스타와 같은 오디션 프로 예선, 본선 단계에서 부른 노래도 인기만 좀 끌면 어느새 ‘녹음’되어 ‘음원’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시대다. 긴장한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던 그 느낌은 없어지고 새로 마스터링 된 그 노래가 올라와 있다. 불후의명곡, 나는가수다에서 부른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수익배분율이 개판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구매해서 들을 수 있는 ‘차트’에만 오르면 되는게 요즘 음원차트다. 돈벌기 위한 음원이고 프로모션을 위한 음원차트다. 

음원차트에 자신들이 제작한 가수의 곡이 마음껏 오르지 못한다고 특정 프로그램에게 항의하던 그런 제작자들에게 진짜 좋은 노래, 진짜 인기있는 노래를 보여준 무도의 ‘한방’이 아닐까. 

4.

요새 가요프로그램은 가수들에게 그저 ‘많은 스케줄 중 하나’ 수준으로 인식되지 않나 싶다. 물론 TV를 통해 얼굴을 알린다는 것은 그 어떤 프로모션보다 중요한 것이겠지만, 그 가요프로 하나를 위해 하루를 보내진 않는 것 같다. 

이번 무도-토토가를 보면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됐다. 출연자들이 대기실을 찾아가고, 준비를 하고, 리허설을 한다. 출연자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 같은 시간대에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번갈아가며 리허설을 한다. 드라이 리허설과 카메라 리허설을 하고 나면 같이 다른 가수의 무대를 보며 자신의 무대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무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같은 무대 세트’를 가지고 진행한다.

순위경쟁 컨셉이 아니었으니 마지막에는 다 같이 나와 ‘잘못된 만남’을 부르고 ‘트위스트킹’으로 앵콜하며 마무리 지었다. 아마 그시절 가요프로그램들(KBS가요톱10/MBC인기가요BEST50/SBSTV가요20)도 대부분 이랬다. 수요일 일정은 가요톱텐이고, 토요일은 인기가요베스트오십, 일요일은 티비가요20이다. 그 한 시간을 위해 아침부터 리허설을 하고 한 시간을 함께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일단 기본적으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많다. 15팀 이상 많을 땐 20팀도 출연한다. 기본적인 대화도 대본보고 뻐끔뻐끔하는 MC들의 멘트 시간을 계산하더라도 한 곡당 3분도 빠듯하다. 힘들게 만든 노래, 힘들게 녹음한 노래 방송시간에 따라 쪼개고 쪼개서 부르는 것이 좋은것일까.

각자의 스케쥴에 맞춰 리허설 시간은 조절한다. 리허설은 보통 오전 8시 정도부터 시작한다고 치면 각자 스케줄에 맞춰서 정해진 시간에 와서 리허설을 하는 것이다. 다 똑같이 몇 시에 모여서 대기실에서 준비하고 순서에 맞춰 리허설 하는 것이 아니다. 

또, 사전녹화가 많아졌다. 특별한 컨셉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실제 방송시간에 스케쥴을 맞추지 못하면 사전녹화를 한다. 사전녹화 역시 오전부터 진행한다. 리허설 하기도 바쁜 시간에 사전녹화는 그거대로 진행한다. 역시 사전녹화하는 팀의 스케쥴에 맞춰서 한다. 그러니 대기실이나 무대 뒤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다.  

무대세트도 가수마다 다 다르다. 컨셉에 맞춰서, 분위기에 맞춰서 조명도 바꿔야 되고 세트도 바꿔야된다. 토토가의 경우 90년대 가요프로그램 컨셉이라는 세트 하나를 지어놓고 그 무대에서 모든 가수가 동일하게 무대를 가졌다. (이정현의 경우 자기만의 컨셉이 그시절부터 있었지만, 기본 무대 자체를 바꾸진 않고 그 위에서 새로 하나를 짓는 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 다르다. 섹시한 팀, 귀여운 팀, 발라드며 댄스며 다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사전녹화도 많고 시간이 복잡해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본방시간 70분을 위한 준비는 많지 않은 셈이다.

가요프로 1시간은 그 요일의 한 스케쥴일 뿐이다. 가요프로 앞뒤로 행사며 축제며 할 것이 많다. 무대의상 입고 들어오고 무대의상 입고 나간다. 대기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대기실은 방송 사이사이 다른팀 무대전환을 위한 ‘편집컷’을 위해 쓰이고 있다. 원곡을 쪼개고 쪼개 불러도 시간은 부족해서 1위를 발표하는 시간에는 MC멘트가 랩이 된다. 뭐하러 ‘생방송’을 고집하는지. 

음악프로, 가요프로의 과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 것은 아닐까. 동일한 무대에서 동일한 시간을 주고 곡 자체로만, 연습한대로만 보여주면 하루의 스케쥴을 끝낼 수 있었던 그 시절. 음악 자체로 승부하는 그 시절을 보여준 무도-토토가였다. 

5.

두 번의 방송 이후 이슈를 불러일으키자 뉴스에도 출연한 김태호PD다. 그녀석과 그전녀석 때문에, 그 외에 다른 방송 논란으로 많이 힘들었을테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켰고, 결국 최고의 방송을 만들어냈다. 이런 김태호PD가 설 연휴에 편성하기 위해 ‘무도-토토가’ 다큐멘터리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방송 그 자체로도 기대되지만, 이 역시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tvN의 드라마 ‘미생’은 패러디드라마 ‘미생물’을 만들었고, OCN의 ‘특수사건전담반 TEN’은 ‘TEN 특수사건일지’를 통해 시즌2에 앞서 시즌1을 정리해줬다. 그러나 지상파는 아직 하나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변형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되지 못하고 있다. 융통성따위 찾아보기 힘든 조직구조와 편성구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폐쇄적인 시스템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기존 시스템을 깨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늘 하나의 ‘도전’이다. 그 도전을 김태호PD가 또 시도한다.

토토가 그 자체도 섭외과정부터 제작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 그 와중에 별도의 다큐전담 VJ를 투입해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것을 무한도전에서 방송하지 않고 설 연휴동안에 별도로 편성을 받아서 방송하겠다고 전했다. 아직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어느 정도는 편성됐을 거라 생각한다) 명절마다 파일럿이며 재방송이며 정규프로그램의 ‘특집방송’을 준비해오는 방송사 입장에서 곤란한 상황일 것이다. 

정규방송 편성을 위해 1-2년을 준비해서 한 번의 승부를 노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다. 파일럿을 위해 제작비가 들어갔고 수많은 PPL과 제작협찬이 많았을 것이다. 그 승부를 위해 정규프로그램의 좋은 시간대를 노릴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명절 연휴다. 편성 담당 부서는 사전 협의를 거쳐 어느 시간에 넣어주겠다고 약속도 했을 거다. 

마찬가지로 정규프로그램의 ‘특집방송’이 많이 있다. 길게는 몇 달, 짧게는 한두 달 전에 방송일정에 맞춰 특집을 준비하는 정규프로그램 팀이 있다. 예를 들어 ‘역사’관련 프로그램일 경우 명절에 맞춰서 관련된 역사적 내용을 준비해서 제작하고, 교양이나 매거진프로그램은 ‘명절에 하는 OOO’라는 식의 내용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 팀들 역시 명절 방송을 위해 준비를 오래 해왔을 테고 ‘특집’에 맞춘 제작비가 들어갔을 것이다. 무도도 역시 매년 그래왔듯 설날에 맞춘 특집이 대기 중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토토가 다큐버전이 새롭게 편성이 되기 위해서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특히 이번 설 연휴는 수목금-토일이 이어지는 황금연휴다. 무도 본방이 진행되는 토요일이 연휴에 끼어있는 상태에서 별도의 편성을 연휴에 해주고 토요일에 정상적으로 본방이 진행되는 것은 편성 담당 부서에서 내부적으로 교통정리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시도를 MBC에서 맞춰주지 못한다면 지상파는 앞으로도 ‘폐쇄적이고’, ‘융통성없는’ 구조를 깨나가지 못할거다. 유난히 케이블채널의 ‘예능’이 지상파를 앞지르려했던 2014년이다. 그리고 올해 역시 여러 가지 형태의  예능프로그램이 케이블을 거쳐서 지상파의 인기를 노리고 있다. 이번 무도-토토가 다큐버전이 꼭 제대로 편성되서 토토가의 여운을 이어주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00.

찬란하다. 

1.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이다.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다. 

2. 빛깔이나 모양 따위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3. 일이나 이상(理想) 따위가 매우 훌륭하다.

찬란했던 90년대를 비춰준 ‘무한도전-토토가’였다. 무엇이 그 시절을 그렇게 그리워하게, 또 추억하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서 감동을 받았고 행복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을 할 계기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이 올해로 10년째다. 아직도 할 게 많다고 이야기하는 김태호PD,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진 도전을 꿈꿀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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